크고 작은 영화관 가이드: 씨네큐브 광화문

도시의 중심, 다양한 재미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곳.

씨네 큐브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것은 아마 2015년 마지막 날의 일일 것이다. 전역과 마지막 휴가가 다가오고 있고,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다른 새해를 맞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방법이 바로 영화와 보신각 타종 행사였다. 먼저 타종 행사를 고른 이유는, 2016년은 기필코 해외에서 맞이할 거라 다짐했으니, 보신각 타종을 현장에서 보는 것은 그 날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를 결정하고 나서,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친구와 함께 고민했다. 주어진 다양한 답변들 중에서, 우리는 주저 없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是枝裕和 를 골랐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해의 시작에 그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海街diary 는 아주 적합한 선택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에노시마의 풍경과 에노덴은 언제나 하는 새해의 낯선 희망과 계획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영화 덕인지, 결국에는 에노시마에 닿기도 했고.

씨네큐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이라는 요소이다.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광화문에서 고작 한 두 블록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종로에서, 을지로에서, 시청에서, 심지어 명동에서도 이동하는데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보통 서울에서 주말에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를 해야 한다면, 독립/예술 영화는 이런 불편도 기타 상업 영화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서울 중심부에 있고, 시간이 좀 애매하게 뜬다면 가기 정말 좋은 위치이다.

또한, 씨네큐브는 기타 독립/예술 영화관이 가지고 있는 불편을 다소 해결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영화관이 인터넷 예매를 지원하고 있으나, 무인 발권기를 지원하는 영화관은 드물다. 혼잡함 속에서 무인 발권기라는 존재가 내게 얼마나 큰 편안함을 주었는지 모른다. 특히 대면을 불편해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편리함을 느낄 것이다. 2개의 관으로 대부분의 영화관이 1개의 관을 운영해 선택의 폭이 좁은 것에 비해 장점으로 꼽힌다. 1관의 경우,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 상영을 진행하고 있다.

씨네큐브는 자본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내가 방문했던 3월 3일, 토요일에는 ‘2018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을 진행하여, 아직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폴 토머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 의 팬텀 스레드 Phantom Thread 를 볼 수 있었다. 90번째 아카데미 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어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그 위치와 규모로 인해 독립/예술 영화관의 큰 형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번 기획전을 통해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씨네큐브는 5호선 지하철인 광화문역과 서대문역의 사이에 위치한다. 커버 사진의 ‘해머링 맨’은 조나단 보롭스키의 작품으로, 광화문-서대문-충정로 일대의 랜드마크이다. 이 해머링 맨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정말 쉽게 이 극장을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씨네큐브 광화문은 영화 시간이 어중간할 때에도 부담감이 전혀 없다. 서울의 자랑인 덕수궁과 경복궁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고, 바로 앞에는 서울역사박물관과 경희궁이 존재한다.

나의 경우, 봄의 날이 좋아 오랜만에 덕수궁에 닿았다. 최근 덕수궁은 닫아두었던 석조전의 공사를 마쳤고, 이전에 신청제로 운영하던 석조전 내부의 관람을 지하는 공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날씨가 괜찮다면, 덕수궁에 닿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걷기에도 적합한 거리고, 코딩을 하는 나 자신이 처량했음에도 그 풍광과 거리가 좋았다.

독립/예술 영화관은 그 특유의 예절을 가지고 있다.

  • 물과 탄산수 이외의 기타 음료 및 식품 일체 반입 금지
  • 영화 상영 시작 후 10분 후 관내 입장 불가
  • 영화 상영 종료 후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까지 퇴장 불가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배가 고픈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경희궁 근처에는 사실 밥을 먹을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특히 ‘혼밥’을 하기에는, 가격도 장소도 불편했다. 그러다 최근 베트남 음식 유행을 타고, 이곳에도 분짜 라붐의 지점이 생겼다. 다른 지점에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혼자 먹기에 좋은 자리 구성을 두어 더욱 편리함을 더했다. 이제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보고, 밥집을 찾아 종로나 명동으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

‘영화관’ 별점: ⭐ 9/10
씨네큐브 광화문은 정말 모든 면에서 충실한 영화관이다. ‘분짜 라붐’ 이외의 마땅한 식당이 없는 것, 현장 발권이 불편한 것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