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본 그 영화: 팬텀 스레드 (2017)

지옥과도 같은 그 풋내기 사랑에 나는 진저리 쳤다.

마땅히 기대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다. 원래는 평도 좋고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았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를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애석하게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 The Gangs of New York 으로 인상 깊었던 다니엘 데이-루이스 Daniel Day-Lewis 의 새로운 영화인 팬텀 스레드 Phantom Thread 가 90번째 오스카의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기에, 그의 연기를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골랐다.

런던에서 최고의 드레스숍 우드콕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알마’라는 모델을 새롭게 기용하고, 그녀를 뮤즈이자 연인으로 삼으며 드레스를 만든다. 하지만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이놀즈는 그 자신의 규칙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창작’을 해낸다. 이 좁고 갇힌 세상 속에서 답답함과 자신의 무가치함을 느끼던 알마는 그의 세상을 부수기로 하고, 그를 파멸시킨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주는 주제의식을 찾기 어려웠지만, 상호 간의 감정이 극에 달해가며 나타나는 스토리 라인은 확실히 이해할만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배경의 구성이었다. 1950년대의 영국, 이를 나타내기 위해 확연히 공을 들인 것이 보였다. 이는 특히 극의 전반부 전체를 이끌어가는 우드콕의 집에서 나타난다. ‘작업의 공간’이라고 묶을 수 있는 레이놀즈의 방, 시실의 방, 드레스 시착실과 ‘생활의 공간’인 엘마의 부엌은 확연히 다른 색으로 대비된다. 작업의 공간은 모든 것이 정돈된 채로 그저 레이놀즈의 세계를 위해 맞추어져 있다. 푸른 벽지와 흰색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디자인이 그렇다.

이와 달리 생활의 공간은 어둡고 무겁다. 부엌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의 특성을 제외하더라도, 그 어두움은 엘마의 정서와 연결된다. 식사의 공간이 영화 초반부부터 중반부까지 작업실의 중간인 것과 달리, 클라이맥스에 다다라서는 부엌으로 이동되는 것이 극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충실히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배경, 미술의 완벽한 조화로 이루어진 충실한 장면의 구성은 이 이외에도 레이놀즈가 처음으로 엘마를 만나는 장면이나 연말의 파티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감독의 능력과, 연출에 참여하여 영화를 더 극적으로 만든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영화 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의상을 보여주기에도, 그들의 그 풋내기 지옥 같은 사랑을 보기에도, 50년대 영국 풍경을 담기에도 러닝 타임이 부족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식 미저리 Misery, 혹은 그 사랑의 방법이라 하기에는 정신이 산만한 면면 또한 많았다. 그러한 감정의 흐름을 루즈하게 풀어낸 것은 지루함과 피로함을 먼저 선사했다. 드레스를 만들고 다듬는 장면에서의 긴장감을 옮겨왔다면 좋았을 텐데, 이를 도구로 사용한 것과는 달리 ‘지루’하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인터뷰식 구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했다면 좋았을 걸 싶기도 했다.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해당 영화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여러 번의 은퇴를 번복했던 그이기에, 확실히 이를 믿을 수는 없겠다만 그런 연유인지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의 마지막 영화에 의상상을 남겼다. 볼거리로 보자면 확실하고, 또 그렇게 흘러가는 영화였다.

팬텀 스레드 별점: ⭐ 7/10
오히려 하나에만 집중했다면 두 배는 더 좋았을 텐데. 지금도 물론 훌륭하지만.